2017년 개봉 당시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3억 6천만 위안을 돌파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그냥 감성 청춘물이겠거니 하고 별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그런데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한참 동안 화면만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학창 시절 스스럼없이 기대던 친구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안녕 나의소울메이트, 액자식 구조가 만들어낸 서사의 반전, 그리고 정체성 전도
이 영화의 뼈대는 액자식 서사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액자식 서사란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담긴 형식으로, 외부 서술자가 내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현재의 안생이 소설을 읽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겹층 구조가 이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가 단순한 회상 장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영화 후반부에 이르면 소설 속 내용이 사실은 안생이 칠월의 시점에서 써 내려간 허구임이 밝혀집니다. 27세에 숨을 거둔 칠월을, 소설 안에서만큼은 세상을 훨훨 누비며 살게 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슬퍼서가 아니라, 애도의 방식이 너무나 안생답게 비틀려 있어서였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핵심 장치는 정체성 전도입니다. 정체성 전도란 두 인물이 서사가 진행되면서 서로의 삶의 방식을 교환하게 되는 서사적 역전 현상을 가리킵니다. 자유를 갈망하던 칠월은 가명과의 결혼식에서 스스로 도망을 선택하며 유랑의 길에 들어서고, 반대로 세상을 떠돌던 안생은 한 남자와 정착하며 안정을 손에 쥡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꿈을 살아가게 되는 이 구조는, 처음 만난 13살부터 단단하게 쌓아온 빌드업이 없었다면 결코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영화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액자식 구조를 활용해 결말에서 서사 전체를 뒤집는 반전 설계
- 칠월과 안생의 성격적 극단성이 정체성 전도를 자연스럽게 뒷받침
- 욕실 싸움 신처럼 여성 간 우정의 날 것 감정을 검열 없이 담아낸 연출
- 주동우와 마사순의 앙상블 연기가 만들어내는 감정적 설득력
영화 속 두 인물이 겪는 심리 변화는 실제 심리학에서 말하는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상호의존성이란 두 개인이 정서적, 행동적으로 서로에게 강하게 연결되어 각자의 자아 형성 자체가 상대의 존재에 영향을 받는 상태를 뜻합니다. 칠월이 가명과의 결혼을 스스로 깨뜨릴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세월 안생의 자유로운 삶을 지켜보며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한 결과라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가명이라는 캐릭터의 한계, 그리고 신파 반전의 서사적 피로감
제가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불편했던 지점을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명이라는 남성 캐릭터입니다. 칠월의 곁에 있으면서도 안생에게 목걸이를 건네고, 베이징에서 약혼자가 있는 몸으로 안생 주변을 맴도는 행동은 가스라이팅에 가깝습니다. 가스라이팅이란 상대방의 심리와 판단을 교란시켜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정서적 조종 행위입니다.
문제는 가명이 이런 행동을 하면서도 영화 안에서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두 여인의 관계에 균열을 만든 장본인임에도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이라, 어느 순간부터 그는 그냥 갈등을 유발하는 소품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자칫 두 여성 주인공을 한 남자를 둘러싼 피해자의 위치로 격하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아무리 그 이상의 서사가 쌓여 있더라도 말입니다.
후반부 반전에 대해서도 한 가지만 짚고 싶습니다. 결혼식 탈출, 출산 후 과다출혈 사망, 소설의 저자가 안생이었다는 사실까지 세 개의 반전이 연달아 쏟아지는데, 저는 이 대목에서 감동보다 서사적 피로를 먼저 느꼈습니다. 전반부가 현실적인 심리극의 텐션으로 밀고 나갔다면, 후반부는 그 긴장을 감정 과잉의 멜로드라마로 급격히 전환시킵니다.
영화 서사 분석 측면에서 보면, 이처럼 결말부에 감정적 충격을 집중시키는 방식을 카타르시스 집중형 구조라고 부릅니다. 카타르시스 집중형 구조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관객의 감정적 해소를 결말에 몰아넣어 극적 완결감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이 효과적일 때는 강렬한 여운을 남기지만,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 오히려 작위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보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욕실 싸움 신에서 두 사람이 그동안 꾹꾹 눌러온 감정을 터뜨리던 장면은, 제가 본 청춘영화 중 여성 우정의 날 것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담아낸 장면이었습니다. 그 먹먹함이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오래전 스스럼없이 기댔던 친구와 이제는 연락도 뜸한 분이라면, 이 영화가 그 공백의 감각을 다시 건드릴 겁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시길 권합니다. 보고 나서 그 친구에게 먼저 연락해보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