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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 프로젝트 A 2, 리뷰 (골든 트리오, 슬랩스틱, 아날로그 액션)

by talk79536 2026. 7. 10.

1987년 개봉한 《프로젝트 A 2(원제: A計劃續集)》는 전편의 황금 공식이었던 '골든 트리오' 없이 성룡 혼자 서사를 끌어간 작품입니다. 처음 이 사실을 알고 솔직히 걱정이 앞섰습니다. 2026년 무기력함에 빠져 있던 어느 밤, 반신반의하며 틀었다가 결말부에서 한참 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프로젝트A 2, 골든 트리오의 빈자리, 그리고 채워진 것들

홍금보와 원표가 없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전편 팬들에게는 상당한 허들이 됩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전편에서 세 사람이 만들어 낸 버디 무비(buddy movie) 특유의 케미스트리, 즉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충돌하고 협력하면서 생기는 화학 반응이 이 시리즈의 핵심 재미였으니까요. 그 자리를 혁명당원, 부패 경찰, 청나라 첩자들이 대신 채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동료가 사라진 자리에서 성룡이 선택한 방식은 '더 많은 적'이었습니다. 청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부패한 진 경사의 음모, 혁명당원들의 무기 자금 조달 작전, 그리고 청나라에서 파견된 첩자들까지 얽히면서 아룡(성룡)은 사방이 적인 상황에 내몰립니다. 단순히 악당 하나를 잡는 구조가 아니라, 어디서 배신이 들어올지 모르는 정치적 불신의 공간 속에 경찰 한 명을 던져 넣은 셈입니다.

이 영화가 내세우는 핵심 서사 장치는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입니다. 슬랩스틱이란 과장된 몸동작과 물리적 충돌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코미디 기법으로, 찰리 채플린 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적인 시각 개그 형식입니다. 아룡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채 유치장을 탈출해 좁은 민가 안에서 서장과 적들의 눈을 동시에 피하며 숨바꼭질을 벌이는 시퀀스가 바로 그 정수입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이 장면에서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가구 뒤에 숨고, 문이 열리는 타이밍에 몸을 비틀고, 한 공간 안에 네다섯 명의 적대적 존재들이 서로를 모른 채 뒤엉키는 이 시퀀스의 타이밍 계산은 지금 봐도 탁월합니다.

스턴트 퍼포먼스(stunt performance) 측면에서도 이 작품은 특별합니다. 스턴트 퍼포먼스란 배우가 직접 위험한 동작을 수행하는 실제 퍼포먼스를 의미하는데, 성룡은 대역 없이 직접 벽면을 타고 구르고, 대나무 장대를 타고 이동하며, 구조물이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 추격전을 완성해냅니다. 디지털 특수효과(VFX)가 없던 시절, 이 장면들은 오직 몸으로 찍어낸 것들입니다. 그 밀도는 지금의 컴퓨터 그래픽 기반 액션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질감을 가집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또 있습니다. 아룡이 당원들을 도우면서 "법을 지키는 경찰"과 "의리를 지키는 인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장면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1987년이라는 시대 배경과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홍콩 반환을 10년 앞두고 공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이 사회적으로 축적되던 시기였고, 성룡은 그 불안을 슬랩스틱 속에 녹여냈습니다.

플롯의 과부하, 공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한계

그렇다고 이 영화를 마냥 찬양하는 분위기로 마무리하기엔 솔직히 불편한 지점이 있습니다. 플롯 밀도(plot density), 즉 단위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할 사건과 인물의 수가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문제입니다. 해적의 복수 서사, 진 경사의 부패 스캔들, 청나라 첩자와 혁명당원의 쫓고 쫓기는 구조, 보석 도난 사건까지 한 영화 안에 구겨 넣으려다 보니 각 갈등의 해소가 충분히 빌드업되지 못합니다.

진 경사의 몰락이 대표적입니다. 그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졌는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않은 채 결말부의 추격전으로 성큼 넘어가 버립니다. 악역의 서사적 무게감이 부족하면 주인공의 최종 대결도 가벼워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전편의 해적 두목이 충분한 위협감을 쌓아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더 그렇습니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합니다.

  • 전편의 단단한 3막 구조에 비해 후편은 산만하다는 비판적 시각
  • 시대적 혼란을 의도적으로 반영한 복잡한 구조로 읽어야 한다는 옹호적 시각
  • 슬랩스틱 코미디의 장르 특성상 서사의 정교함보다 순간의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는 절충적 시각

저는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와 세 번째 시각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장르적 쾌감은 분명히 살아있는데, 영화적 완성도라는 기준에서 보면 전편이 한 수 위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홍콩영화 황금기의 제작 방식 자체가 오늘날과 달랐다는 맥락도 감안해야 합니다. 1980년대 홍콩 영화 산업은 연간 수백 편의 작품을 쏟아내던 고속 생산 체제였습니다. 제작 기간의 압박 속에서도 이 정도의 완성도를 뽑아낸 것은 오히려 대단한 일이라는 시각도 충분히 타당합니다.

그리고 미장센(mise-en-scène) 측면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 프레임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배우의 위치, 조명, 세트, 소품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영화적 공간 구성을 뜻합니다. 19세기 말 홍콩 골목과 항구를 재현한 세트와 의상의 디테일은 저예산 제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성룡이 단순한 액션 스타가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시각적 감각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이 영화는 꾸준히 증명합니다. 실제로 홍콩 영화 전성기의 미학적 성취는 영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재평가 받고 있으며, 고전 홍콩 영화는 현재까지도 아시아 영화 연구에서 중요한 레퍼런스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 시절 홍콩 영화가 선사하는 아날로그적 열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프로젝트 A 2》는 충분히 그 시간을 돌려줍니다. 전편을 먼저 보고 이 작품을 이어서 보는 것을 권합니다. 전편의 골든 트리오가 만든 케미스트리를 알고 나서 이 작품을 보면, 성룡이 혼자 그 공백을 어떻게 버텨냈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https://youtu.be/1KVGc2F_PFs?si=jlpfQ23Xwyjrls1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