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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모4

중국영화 황후화, 리뷰 (색채미학, 권력욕, 원걸) 솔직히 저는 《황후화》를 오랫동안 그냥 '화려한 볼거리 영화'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명절에 TV를 켜면 흘러나오던 중국 무협 대작들처럼, 그저 눈이 번쩍 뜨이는 스펙터클 정도로 생각했던 거죠. 막상 제대로 찾아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얼마나 서늘한 이야기를 황금빛으로 포장하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황후화, 색채미학으로 감춰진 황실의 진짜 얼굴장예모 감독은 미장센(mise-en-scène)의 거장으로 불립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 요소, 즉 조명, 색채, 배우의 위치, 세트 디자인까지를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황후화》에서 그는 이 미장센을 극한까지 밀어붙였습니다.중양절(重陽節)을 맞아 황궁 전체를 뒤덮는 노란 국화 장식,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갑옷과 .. 2026. 6. 20.
중국영화 홍등,리뷰 (가짜 특권, 파멸의 연쇄, 색채 미학) 1992년 개봉한 장예모 감독의 《홍등》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단순히 "아름다운 영화"라는 말로 설명하기가 너무 불편했습니다. 스크린이 아름다울수록 이야기가 더 잔인하게 느껴졌으니까요.홍등, 가짜 특권이 만들어낸 비극, 홍등과 발 마사지대학을 중퇴하고 스스로 두 발로 걸어 진가 가문의 네 번째 부인으로 들어간 주인공 송련은, 처음부터 이 집안의 질서에 저항하는 인물처럼 보입니다. 가마를 거부하고 걸어 들어오는 첫 장면부터 그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 저항이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는지를 보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이 영화의 핵심 장치는 홍등과 발 마사지입니다. 매일 저녁 대감이 그날 .. 2026. 6. 19.
중국영화 인생, 리뷰 (역사적 배경, 가족의 비극, 원작 비교) 비극적인 결말일수록 더 오래 살아남는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장예모 감독의 《인생》을 보고 나서 그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위화의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기에, 영화가 소설보다 훨씬 '덜 잔인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살아남는다는 것이 꼭 행복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걸, 이 영화는 조용하고 담담하게 증명해 냅니다.인생, 격동의 중국 현대사와 한 가족의 생존기영화 《인생》(1994)은 중국의 국공내전(19271949)부터 문화대혁명(19661976)에 이르는 약 30년의 역사를 한 가족의 시선으로 관통합니다. 주인공 푸구이는 도박으로 13대째 내려온 가산을 빚쟁이 롱어에게 통째로 넘기고 만삭의 아내 자전마저 친정으로 쫓아내는, 시작부터 바닥을 치는 인물입니다.제가 처음 이.. 2026. 6. 18.
중국 영화 연인 , 리뷰 (시대적 배경, 영상미, 서사 분석) 주말 오후, OTT 플랫폼 메인 화면을 한참이나 위아래로 훑다 보면 도무지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 다들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딱 그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화면 한편에서 낯익은 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손이 먼저 움직여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장예모 감독의 2004년 무협 멜로 영화 연인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의 그 압도감이 고스란히 기억에 남아 있던 작품이었습니다.연인, 당나라 말기라는 무대, 그리고 혼란이 만든 이야기연인의 시대적 배경은 당나라 말기입니다. 무능한 황제와 부패한 조정으로 국가 기강이 무너진 시기로, 역사학자들은 이 시기를 오대십국(五代十國) 시대로의 전환점이 된 혼란기라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당나라는 875년 황소의 난(黃巢之亂)을 기점으.. 2026.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