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첸카이거2

중국영화 무극,리뷰 (운명론, 미장센, 서사 한계) 운명에 저항하는 이야기가 정작 운명에 굴복하면 어떻게 될까요. 2026년 제가 인생의 벼랑 끝에 서 있던 어느 날 밤, 첸카이거 감독의 《무극(无极, The Promise, 2005)》을 다시 틀었습니다. 장동건, 사나다 히로유키, 장백지가 한 화면에서 격돌하는 한·중·일 합작 판타지 대작이었는데, 그 날따라 화면 속 인물들의 절규가 유독 가슴에 박혔습니다.운명론과 미장센: 동양적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번역하는 방식동양 서사에서 운명론(fatalism)이란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거대한 섭리가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세계관입니다. 여기서 운명론이란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정해진 미래를 알면서도 맞닥뜨리는 비극적 자각"을 의미합니다. 《무극》은 이 개념을 운명의 여신 '만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전면에 내세.. 2026. 7. 20.
중국영화 패왕별희, 리뷰 (순애보, 검열, 카타르시스) 잠 못 드는 겨울밤, 이유도 모르고 마음이 허전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십니까. 저는 2026년의 어느 차가운 밤, 내가 진짜 지키고 싶은 게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을 안고 1993년작 《패왕별희(Farewell My Concubine)》의 감독판 오리지널 버전을 찾아 틀었습니다. 그리고 그 밤을 통째로 날렸습니다. 잠은커녕 뭔가를 삼키지 못한 채 멍하니 새벽을 맞았습니다.패왕별희, 경극이라는 운명,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순애보영화는 1920년대 베이징의 한 뒷골목에서 시작됩니다. 가난한 기생의 아들로 태어난 어린 도우즈는 손가락 하나가 잘리는 고통을 치르고 경극단에 맡겨집니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잔혹함이 너무 태연하게 묘사되어서, 오히려 더 깊이 .. 2026.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