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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 태극권, 리뷰 (소림사 배경, 배신 서사, 권선징악) 명절 연휴마다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홍콩 무협 영화를 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던 작품이 바로 이연걸, 전소호 주연의 태극권입니다. 저도 그때 처음 이 영화를 봤는데, 솔직히 말하면 스토리보다 목욕탕 물을 돌리며 태극권 흉내를 내던 기억이 먼저 떠오릅니다.태극권, 소림사에서 속세까지, 두 친구가 갈라지는 배경일반적으로 홍콩 무협 영화는 배경이 화려하고 장르적 관습에 충실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태극권은 그 중에서도 캐릭터 내면의 균열을 비교적 꼼꼼하게 쌓아올리는 편입니다. 제가 직접 다시 보면서 새삼 느낀 부분이기도 합니다.영화는 소림사라는 폐쇄적인 수련 공동체에서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한날한시에 입문해 도반(道伴)으로 성장한 군보와 천보는, 밥을 먹을 때.. 2026. 6. 22.
중국영화 장진호,리뷰 (전장 스펙터클, 프로파간다, 역사왜곡) 전쟁 영화가 관객을 울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뭔지 아십니까? 희생의 숭고함이 아니라, 그 희생이 향하는 곳을 보여주는 겁니다. 할아버지 댁 거실 벽에 걸린 빛바랜 훈장을 어릴 적부터 보며 자란 저는, 3시간짜리 중국 블록버스터 장진호를 보고 나서 묘하게 공허했습니다. 스케일은 압도적이었는데, 뭔가 비어 있었습니다.장진호, 전장 스펙터클: 압도적인 규모가 증명하는 것과 숨기는 것영화는 1950년 11월, 장진호 전투를 배경으로 합니다. 장진호 전투란 한국전쟁 당시 함경남도 장진호 일대에서 중공군 제9병단과 미 해병 1사단이 벌인 대규모 교전으로, 혹한 속 전세 역전의 분기점이 된 전투입니다. 인천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38선을 돌파한 미군과 연합군이 북쪽으로 깊숙이 진격하자, 마오쩌둥은 중공군 파병을 결정.. 2026. 6. 22.
중국영화 미인어, 리뷰 (슬랩스틱, 환경 메시지, 악역 한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주성치 감독이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주말 밤마다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그의 비디오를 빌려 보던 기억 속에서, 그는 언제나 거침없는 슬랩스틱(slapstick)과 황당한 개그의 거장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미인어》는 그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렸습니다.미인어, 청라만 개발 경매, 그 탐욕의 파티장영화는 청라만(靑螺灣) 해양 구역을 둘러싼 경매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부동산 재벌 류헌(등초 분)이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고 천문학적인 금액에 단독 낙찰을 받아내는 이 도입부는, 제가 본 영화 오프닝 중에서도 꽤 강렬한 편에 속했습니다. 모두가 터무니없다고 손가락질하는 순간 홀로 판을 뒤엎는 그 기세가, 어딘가 실제 부.. 2026. 6. 22.
중국영화 소림축구, 리뷰 (루저들의 연대, 굴욕과 각성, 아매 도구화) 솔직히 저는 어릴 때 축구를 정말 못했습니다. 체육 시간마다 공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고, 동네 공터에서는 늘 마지막에 뽑히는 쪽이었습니다. 그런 주말 오후, 사촌 형이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온 주성치의 소림축구를 처음 봤을 때, 그날의 패배감 같은 건 10분도 안 돼서 완전히 날아가 버렸습니다.소림축구, 루저들의 연대, 쿵후와 축구가 만나는 방식소림축구는 단순히 "무협 + 스포츠"를 섞어놓은 영화가 아닙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영화의 진짜 힘은 철저히 밑바닥으로 내려앉은 인물들이 서로를 끌어올리는 서사 구조에 있었습니다.전직 스타 선수 오맹달은 승부 조작 사건 이후 괴물 같은 몰골로 살아가고 있고, 주성치가 연기하는 아성은 무쇠 다리를 가졌지만 발 컨트롤이 전혀 안 돼서 공만 차면 대기권을 돌파할 기세입.. 2026. 6. 22.
중국영화 쿵푸허슬, 리뷰 (흑사회 배경, 무협 서사, 각성 서사) 양아치 하나가 무림 최강을 꺾을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그 말도 안 되는 전제를 보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시험이 끝난 해방감에 친구들과 동네 비디오 대여점을 뒤지다 집어 든 《쿵푸허슬》은 포스터 한 장만으로도 뭔가 범상치 않다는 느낌을 풍겼습니다. 그리고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쿵푸허슬, 경찰도 손 못 쓰는 흑사회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숨어 있던 고수들2005년 개봉한 《쿵푸허슬》의 배경은 경찰조차 기를 펴지 못하는 1930년대 상하이 흑사회(黑社會) 시대입니다. 흑사회란 중화권에서 조직 범죄 집단 전반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홍콩 영화에서 오랫동안 다뤄온 고유한 장르 코드입니다. 이 세계에서 도끼파는 경찰서를 직접 습격해 조직원을 두들겨 패고 유유히 걸어 나올 정도의.. 2026. 6. 21.
중국영화 프로젝트 A, 리뷰 (골든 트리오, 아날로그 액션, 홍콩 누아르)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주말 오후, 거실 소파에 늘어져 리모컨을 두드리다 명화극장에서 마주친 영화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채널을 넘기려 했는데, 화면 가득 펼쳐지는 좁은 골목길 추격 장면에 손이 멈췄습니다. 그게 저와 《프로젝트 A》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1983년작이라고는 믿기 힘든 밀도로, 그날 이후 저는 한동안 성룡 영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프로젝트 A, 골든 트리오가 완성한 아날로그 액션의 정점19세기 말 영국 식민지 치하의 홍콩을 배경으로, 해경 대원 아룡(성룡)은 바다를 장악한 해적 세력을 소탕하는 비밀 작전 '프로젝트 A'에 투입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세 인물, 성룡·홍금보·원표의 조합을 흔히 골든 트리오라고 부릅니다. 골든 트리오란 홍콩 영화 전성기를 이끈 세 무술 배우가 .. 2026.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