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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15

중국영화 집으로 가는 길, 리뷰 (첫사랑, 운구 풍습, 장이머우) 번아웃이 극에 달했던 2026년 늦가을, 자극적인 현대 영화에 피로가 쌓이던 저는 장이머우 감독의 1999년작 집으로 가는 길을 우연히 찾아봤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기계적인 일상에 지쳐 있다면, 이 영화가 그 처방이 될 수 있습니다.집으로가는길, 첫사랑의 설렘을 잊어버린 분들께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화려한 CG도, 빠른 편집도 없는 영화가 이토록 깊은 여운을 남길 줄은 몰랐습니다.영화 속 주인공 디(장쯔이)가 새로 부임한 총각 선생님을 먼발치에서 훔쳐보며 선반 제일 앞자리에 자신이 만든 음식을 가져다 놓는 장면에서, 저는 묘하게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면서도 온 마음을 다해 존재를 알리려 하는 그 절박한 순수함이 너무 낯익었기 때문.. 2026. 7. 8.
중국영화 무장원 소걸아,리뷰 (개밥신, 항룡십팔장, 타구봉법) 주성치가 하루아침에 금수저 도련님에서 거지가 되어 개밥을 손으로 퍼먹는 장면, 처음 봤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대학 시절 공모전 낙방에 인간관계까지 무너지던 시기, 어두운 방에 누워 무기력하게 보내던 저를 건져낸 영화가 바로 무장원 소걸아입니다. 웃기면서도 울리는 이 영화가 왜 3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무장원 소걸아, 개밥신이 전하는 자존심의 무게혹시 웃기려고 만든 장면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의아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 답을 소찬(주성치)이 개밥을 먹는 장면에서 찾았습니다.영화 속 소찬은 공신 가문의 금수저입니다. 글자 한 자 모르는 문맹임에도 무과 장원(武科 壯元)에 오를 만큼 무공은 천부적이었죠. 여기서 장원이란 무과 시험에서 전체 수석을 차지하는.. 2026. 7. 6.
중국영화 서유기 모험의 시작,리뷰 (가오리 요괴, 대자대비, 데우스 익스 마키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주성치가 배우로 나오지 않는 서유기 영화가 제대로 된 서유기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습니다. 대학 영상예술학회에서 홍콩 영화 상영회를 준비하며 스크린 앞에 앉았을 때, 그 의심은 오프닝 5분 만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서유기 모험의 시작-서유항마편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결의 영화였습니다.서유기 모험의 시작, 거대 가오리 요괴와 예비 불제자의 첫 싸움혹시 이 영화의 오프닝을 보고 당황하셨던 분 계십니까? 저는 학회실에서 처음 이 장면을 보다가 실제로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평화로운 강가 마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 가오리가 수면 아래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장면은 공포 영화의 오프닝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아직 머리도 깎지 않은 예.. 2026. 6. 30.
중국영화 마지막 황제,리뷰 (괴뢰황제, 친일전범, 베르톨루치) 아카데미 9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가 실제 자금성에서 찍혔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처음 이 영화를 마주했을 때 저는 그 웅장함보다도 세 살짜리 아이가 황제가 된다는 설정의 황당함에 먼저 숨이 막혔습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는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의 파란만장한 삶을 따라가며, 권력이란 것이 얼마나 잔혹한 허상인지를 묵직하게 던져놓는 작품입니다.마지막황제, 세 살 황제, 자금성이라는 황금 감옥1908년, 서태후는 임종 직전에 어린 푸이를 청나라의 새 황제로 지명했습니다. 당시 푸이의 나이는 고작 세 살이었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황제가 그려내는 비극의 출발점입니다.영화가 탁월한 이유 중 하나는 미장센(mise-en-scène)의 활용입니다. 여기서 미장센이란 프랑스어에서 온 영화.. 2026. 6. 26.
중국영화 표량마마 리뷰 (모성애, 청각장애, 공리)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그냥 신파 아닐까' 하고 마음의 방어막을 쳤습니다. 대학 시절 사회복지학 세미나 준비를 위해 교수님 추천으로 억지로 틀었다가, 화려한 배우 공리의 푸석한 민낯과 낡은 옷차림을 보는 순간 그 방어막이 와장창 무너졌습니다. 자식 하나를 지키기 위해 몸이 부서지도록 살아가는 이 영화의 이야기가, 지금도 가슴 한켠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표량마마, 모성애가 현실을 뚫는 방식 청각장애 아동을 둔 편모 가정의 민낯영화 표량마마는 청각장애(hearing impairment)를 가진 아들 정대의 초등학교 입학 면접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청각장애란 소리를 듣고 언어를 처리하는 청각 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일상적인 구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합니다. 정대는 말을 .. 2026. 6. 25.
중국영화 미인어, 리뷰 (슬랩스틱, 환경 메시지, 악역 한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주성치 감독이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주말 밤마다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그의 비디오를 빌려 보던 기억 속에서, 그는 언제나 거침없는 슬랩스틱(slapstick)과 황당한 개그의 거장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미인어》는 그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렸습니다.미인어, 청라만 개발 경매, 그 탐욕의 파티장영화는 청라만(靑螺灣) 해양 구역을 둘러싼 경매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부동산 재벌 류헌(등초 분)이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고 천문학적인 금액에 단독 낙찰을 받아내는 이 도입부는, 제가 본 영화 오프닝 중에서도 꽤 강렬한 편에 속했습니다. 모두가 터무니없다고 손가락질하는 순간 홀로 판을 뒤엎는 그 기세가, 어딘가 실제 부.. 2026.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