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 장진호,리뷰 (전장 스펙터클, 프로파간다, 역사왜곡)
전쟁 영화가 관객을 울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뭔지 아십니까? 희생의 숭고함이 아니라, 그 희생이 향하는 곳을 보여주는 겁니다. 할아버지 댁 거실 벽에 걸린 빛바랜 훈장을 어릴 적부터 보며 자란 저는, 3시간짜리 중국 블록버스터 장진호를 보고 나서 묘하게 공허했습니다. 스케일은 압도적이었는데, 뭔가 비어 있었습니다.장진호, 전장 스펙터클: 압도적인 규모가 증명하는 것과 숨기는 것영화는 1950년 11월, 장진호 전투를 배경으로 합니다. 장진호 전투란 한국전쟁 당시 함경남도 장진호 일대에서 중공군 제9병단과 미 해병 1사단이 벌인 대규모 교전으로, 혹한 속 전세 역전의 분기점이 된 전투입니다. 인천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38선을 돌파한 미군과 연합군이 북쪽으로 깊숙이 진격하자, 마오쩌둥은 중공군 파병을 결정..
2026. 6. 22.
중국영화 황후화, 리뷰 (색채미학, 권력욕, 원걸)
솔직히 저는 《황후화》를 오랫동안 그냥 '화려한 볼거리 영화'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명절에 TV를 켜면 흘러나오던 중국 무협 대작들처럼, 그저 눈이 번쩍 뜨이는 스펙터클 정도로 생각했던 거죠. 막상 제대로 찾아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얼마나 서늘한 이야기를 황금빛으로 포장하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황후화, 색채미학으로 감춰진 황실의 진짜 얼굴장예모 감독은 미장센(mise-en-scène)의 거장으로 불립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 요소, 즉 조명, 색채, 배우의 위치, 세트 디자인까지를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황후화》에서 그는 이 미장센을 극한까지 밀어붙였습니다.중양절(重陽節)을 맞아 황궁 전체를 뒤덮는 노란 국화 장식,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갑옷과 ..
2026.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