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5 중국영화 서유기 월광보합, 리뷰 (비극적 로맨스, 타임슬립, 주성치) 성적이 바닥을 치던 어느 주말 오후, 그냥 실컷 웃고 싶어서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서 집어 든 영화가 서유기 1: 월광보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저는 웃다가 먹먹해지는 이상한 감정 속에서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단순한 코미디 한 편이 이렇게까지 오래 머릿속에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서유기 1: 월광보합, 비극적 로맨스의 시작, 우마왕과 삼장법사의 희생혹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한 뒤, 그 기억조차 지워진 채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서유기 1: 월광보합은 바로 그 아찔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영화의 도입부는 손오공이 우마왕의 감언이설에 속아 삼장법사를 해치려 했다가, 관세음보살과의 사투 끝에 소멸 직전까지 내몰리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삼장법사의 선택입니다.. 2026. 6. 24. 중국영화 미인어, 리뷰 (슬랩스틱, 환경 메시지, 악역 한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주성치 감독이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주말 밤마다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그의 비디오를 빌려 보던 기억 속에서, 그는 언제나 거침없는 슬랩스틱(slapstick)과 황당한 개그의 거장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미인어》는 그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렸습니다.미인어, 청라만 개발 경매, 그 탐욕의 파티장영화는 청라만(靑螺灣) 해양 구역을 둘러싼 경매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부동산 재벌 류헌(등초 분)이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고 천문학적인 금액에 단독 낙찰을 받아내는 이 도입부는, 제가 본 영화 오프닝 중에서도 꽤 강렬한 편에 속했습니다. 모두가 터무니없다고 손가락질하는 순간 홀로 판을 뒤엎는 그 기세가, 어딘가 실제 부.. 2026. 6. 22. 중국영화 소림축구, 리뷰 (루저들의 연대, 굴욕과 각성, 아매 도구화) 솔직히 저는 어릴 때 축구를 정말 못했습니다. 체육 시간마다 공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고, 동네 공터에서는 늘 마지막에 뽑히는 쪽이었습니다. 그런 주말 오후, 사촌 형이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온 주성치의 소림축구를 처음 봤을 때, 그날의 패배감 같은 건 10분도 안 돼서 완전히 날아가 버렸습니다.소림축구, 루저들의 연대, 쿵후와 축구가 만나는 방식소림축구는 단순히 "무협 + 스포츠"를 섞어놓은 영화가 아닙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영화의 진짜 힘은 철저히 밑바닥으로 내려앉은 인물들이 서로를 끌어올리는 서사 구조에 있었습니다.전직 스타 선수 오맹달은 승부 조작 사건 이후 괴물 같은 몰골로 살아가고 있고, 주성치가 연기하는 아성은 무쇠 다리를 가졌지만 발 컨트롤이 전혀 안 돼서 공만 차면 대기권을 돌파할 기세입.. 2026. 6. 22. 중국영화 쿵푸허슬, 리뷰 (흑사회 배경, 무협 서사, 각성 서사) 양아치 하나가 무림 최강을 꺾을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그 말도 안 되는 전제를 보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시험이 끝난 해방감에 친구들과 동네 비디오 대여점을 뒤지다 집어 든 《쿵푸허슬》은 포스터 한 장만으로도 뭔가 범상치 않다는 느낌을 풍겼습니다. 그리고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쿵푸허슬, 경찰도 손 못 쓰는 흑사회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숨어 있던 고수들2005년 개봉한 《쿵푸허슬》의 배경은 경찰조차 기를 펴지 못하는 1930년대 상하이 흑사회(黑社會) 시대입니다. 흑사회란 중화권에서 조직 범죄 집단 전반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홍콩 영화에서 오랫동안 다뤄온 고유한 장르 코드입니다. 이 세계에서 도끼파는 경찰서를 직접 습격해 조직원을 두들겨 패고 유유히 걸어 나올 정도의.. 2026. 6. 21. 중국영화 주성치의 당백호점추향, 리뷰 (무뢰두, 슬랩스틱, 공리 캐스팅)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저는 습관처럼 주성치의 옛날 영화를 찾아 틉니다. 그 중에서도 《주성치의 당백호점추향》은 실존 천재 화가 당백호를 주성치 특유의 색깔로 재해석했다는 시놉시스 자체가 너무 독특해서 솔직히 처음엔 '이게 될까?' 싶었습니다. 막상 보고 나니 웃음과 함께 꽤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주성치의 당백호점추향, 무뢰두 코미디의 치밀한 설계, 그 웃음은 우연이 아니다많은 분들이 주성치 영화를 보면서 즉흥 연기, 그러니까 애드리브(ad-lib)의 집합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드리브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즉흥적 연기나 대사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정반대였습니다. 당백호가 화부의 최하급 하인으로 들어가 주방 기구로 마성의 비트를 만들어내는 장면.. 2026. 6. 20. 이전 1 다음